전 세계에 판매된 게임 기판의 무려 1/3이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그 시절 하교 후에 100원짜리 동전을 쥐고 오락실 문을 밀던 사람 중 하나였는데, PC방엔 스타크래프트, 오락실엔 철권 태그 토너먼트라는 공식이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돌이켜보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1999년 7월, 남코가 내놓은 이 게임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아직까지도 레전드로 불리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6개월 안에 만들라는 지시, 그래서 탄생한 게임철권 태그 토너먼트가 처음부터 기획된 작품이었을까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1998년, 남코는 철권 3의 대흥행에 힘입어 신작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개발 중이던 건 철권 4의 첫 번째 버전으로, 시스템 12 기판 위에서 PC를 플랫폼으로 삼아 ..
장르 하나를 통째로 바꿔버린 게임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캐슬배니아: 월하의 야상곡은 1997년 발매 당시 기존 악마성 팬들의 엄청난 반발을 샀지만, 결국 2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 자체를 정립해버렸습니다. 저도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 알루카드가 잔상을 남기며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그만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메트로배니아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 게임인가혹시 좋아하던 게임 시리즈의 속편을 샀는데 장르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월하의 야상곡을 처음 받아든 기존 악마성 팬들이 정확히 그 기분이었을 겁니다.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란 닌텐도의 메트로이드(Metroid)와 코나미의 캐슬배니아(Castlevania), 두 시리즈 이름을 합친 장르 명칭..
솔직히 저는 처음에 코룸을 디아블로 아류작쯤으로 얕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키보드에 손을 얹고 첫 번째 적을 만난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클릭으로 쓸어담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적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싸워야 하는, 결이 전혀 다른 국산 액션 RPG였죠.디아블로와 다른 길을 택한 난이도의 이유코룸을 처음 켰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거 왜 이렇게 어렵지?"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플레이했던 디아블로는 마우스로 클릭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쫓아가 때렸습니다. 타겟팅(targeting) 방식, 즉 적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접근해 공격이 이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에 조작 자체가 전면에 튀어나오는 경우는 드물었죠.반면 코룸은 키보드 중심의 히트 앤 런(hit and run) 전투를 기본으로 삼았습니..
도쿄야화 2는 출시 당시 일본 배경 때문에 외국 게임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1998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순수 국산 쿼터뷰 액션 게임입니다. 쿼터뷰란 화면을 45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 방식으로, 당시 국내 PC 패키지 시장에서 이 방식으로 이만한 액션감을 구현한 타이틀은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일본 게임인 줄 알았는데, 한국 게임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모르게 더 뿌듯하게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검열이 만든 게임, 질풍고교야화의 숨겨진 개발비화도쿄야화 2의 원래 이름은 질풍고교야화였습니다. 1998년 기획 단계에서 이 게임은 한국 땅을 배경으로 거친 고등학생들의 패싸움을 다루는 학원 액션물로 설계되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꽤 직관적인 제목인데, 당시 개발팀 ..
솔직히 저는 처음에 임진록을 그냥 스타크래프트 못 따라가는 국산 아류작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그 편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죠.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임진록 시리즈는 스타크래프트가 PC방을 지배하던 시절, 조선이라는 전혀 다른 무대 위에서 조용히 자기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스타 천하에 조선 병사가 나타났다 — 영웅 유닛이 만든 차이1997년 당시 RTS(Real-Time Strategy), 즉 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는 외산 타이틀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워크래프트 2, 커맨드 앤 컨커, 그리고 이후 스타크래프트까지. 제가 처음 임진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비교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에 조선 병사가 등장하고 이순신 장군이 전장으..
국산 RPG의 시작을 한 학생 팀이 만들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1994년, 인천의 컴퓨터 가게 뒷방에서 고등학생들이 만든 게임이 약 10만 장 넘게 팔리며 국내 패키지 게임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저도 처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접했을 때는 그냥 옛날 게임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서 이게 왜 아직도 회자되는지 바로 알았습니다.학생들이 만든 게임이 국민 RPG가 된 이유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명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래도 30년 전 게임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게임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스토리도 얕고 캐릭터도 단순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직접 플레이해보고 그 편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이 게임은 고등학생 몇 명이 톨킨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