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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에 코룸을 디아블로 아류작쯤으로 얕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키보드에 손을 얹고 첫 번째 적을 만난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클릭으로 쓸어담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적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싸워야 하는, 결이 전혀 다른 국산 액션 RPG였죠.
디아블로와 다른 길을 택한 난이도의 이유
코룸을 처음 켰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거 왜 이렇게 어렵지?"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플레이했던 디아블로는 마우스로 클릭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쫓아가 때렸습니다. 타겟팅(targeting) 방식, 즉 적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접근해 공격이 이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에 조작 자체가 전면에 튀어나오는 경우는 드물었죠.
반면 코룸은 키보드 중심의 히트 앤 런(hit and run) 전투를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히트 앤 런이란 일격을 가한 뒤 즉시 거리를 벌려 적의 반격을 피하고, 다시 빈틈을 노려 접근하는 전투 패턴을 말합니다. 벨트스크롤 액션이나 플랫폼 장르에서나 보던 방식이었는데, 이게 RPG 위에 얹혀 있으니 익숙해지기 전까지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제 경험상 코룸은 적의 패턴을 모르면 초반부터 벽이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저도 수없이 죽어가면서 각 적의 공격 타이밍을 몸으로 외워야 했죠. 단순히 레벨을 올려 수치로 돌파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게이지 관리, 거리 조절, 무기별 타이밍 —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전투가 풀렸습니다.
이 구조는 분명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적 하나를 처치했을 때의 성취감이 다른 게임과는 달랐습니다. 몰아서 쓸어담는 쾌감이 아니라, 한 놈을 공략했다는 뿌듯함에 가까운 감각이었죠.
- 디아블로: 마우스 타겟팅 중심, 몰이사냥 쾌감에 최적화된 구조
- 코룸: 키보드 히트 앤 런 중심, 적 하나하나의 패턴을 학습해야 하는 구조
- 공통점: 1990년대 후반 액션 RPG 장르 확산의 흐름 속에 등장한 작품들
1편의 거침, 그리고 액션 RPG로서의 가능성
직접 겪어보니 코룸 1편은 솔직히 미완성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봐도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가 세련됐다고 말하기 어려웠고, 키보드 조작도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90년대 후반 국산 RPG 시장의 중심이었던 SRPG, 즉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Simulation RPG)은 턴제 전투를 기반으로 판단과 수치 계산을 중심에 두는 장르였는데, 코룸은 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습니다.
창세기전이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대표되는 SRPG들이 쌓아 놓은 국산 RPG의 문법 — 전투는 한 턴씩, 조작보다 전략 — 을 코룸은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그 선택이 얼마나 도전적인 것이었는지는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방향 자체에서 읽혔죠.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조작감을 감수하면서도 키보드 액션을 전면에 세운다는 결정은, 지금 돌아봐도 꽤 배짱 있는 시도였습니다.
당시 저는 조작이 어색할수록 게임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건 제가 장르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룸 1편이 보여주려 했던 방향 — 플레이어의 손이 먼저 개입하는 전투 구조 — 은 이후 시리즈 전체의 뼈대가 됩니다. 완성도는 거칠었지만, 그 씨앗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한국 게임 개발사 손노리가 이 작품을 통해 국내에 액션 RPG라는 장르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는 사실은 게임 역사에서 하나의 좌표로 기록될 만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코룸 3편, 시리즈의 완성이 된 이유
제가 코룸 시리즈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편을 꼽으라면 단연 3편입니다. 코룸 3: 혼돈의 마법 주마리온은 앞선 두 편의 시행착오 위에 세워진 작품이었고, 그 차이가 플레이 내내 느껴졌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캐릭터 체인지 시스템이었습니다. 캐릭터 체인지란 전투 도중 카이엔, 이슈리아, 자이피 세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교체해 상황에 맞는 전투 방식을 선택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단순히 캐릭터를 바꾸는 것을 넘어, 각 인물의 전투 스타일이 달랐기 때문에 교체 타이밍 자체가 전략이 됐습니다. 어떤 구간에서는 빠른 근접 연속기가, 어떤 구간에서는 거리를 두고 마법을 쏘는 방식이 유효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이게 진짜 액션 RPG구나 싶은 감각이었습니다. 1편에서 "찌르고 도망가는" 단순한 히트 앤 런이 전부였다면, 3편에서는 캐릭터 전환, 커맨드 입력 기반 스킬 — 즉 방향키와 버튼 조합을 입력해 발동하는 기술 체계 — 까지 더해지면서 전투의 선택지가 확연히 넓어졌습니다.
물론 한 가지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코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인 적 하나하나를 상대하는 전투 방식은 3편에서도 유지됐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전투 피로감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디아블로처럼 적을 한꺼번에 몰아 처치하는 몰이사냥의 호쾌함과는 거리가 있었거든요. 3편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광역 공격이나 몰이 개념을 더 적극적으로 가져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그럼에도 이슈리아를 중심으로 한 서사는 많은 플레이어에게 깊이 남았습니다. 비극과 환생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 구조는 액션의 긴장감과 함께 감정적인 여운까지 남겼죠. 시스템과 서사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 작품으로, 코룸 시리즈가 어떤 게임인지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편이었습니다(출처: 문화콘텐츠닷컴).
자주 묻는 질문
Q. 코룸이 디아블로랑 비교되는 이유가 뭔가요?
A. 두 게임 모두 1990년대 후반 액션 RPG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전투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디아블로는 마우스 타겟팅 중심으로 적을 몰아 처치하는 구조였고, 코룸은 키보드 히트 앤 런 방식으로 적 하나하나의 패턴을 학습해 싸우는 구조였습니다. 같은 장르 안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자주 비교 대상이 됩니다.
Q. 코룸 초보자는 어느 편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A. 제 경험상 3편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1편은 조작과 그래픽이 거칠어 지금 기준으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3편은 시스템과 서사가 가장 잘 정리된 편입니다. 시리즈의 감각을 먼저 느끼고 싶다면 3편을, 역사적 순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1편부터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Q. 코룸 3편에서 캐릭터 체인지 시스템은 어떻게 쓰는 건가요?
A. 전투 중 버튼 입력으로 카이엔, 이슈리아, 자이피 세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전투 스타일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서 상황에 맞게 교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패턴 파악이 되면 전환 타이밍 자체가 전략의 핵심이 됩니다.
Q. 코룸 온라인은 원작 시리즈랑 많이 다른가요?
A. 상당히 다릅니다. 원작 시리즈가 키보드 액션과 패턴 학습을 핵심으로 삼은 패키지 게임이었다면, 코룸 온라인은 던전 점령과 가디언 배치 같은 온라인 장기 플레이 구조로 재편된 작품입니다.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실제 플레이 경험은 거의 다른 장르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론
코룸은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1편은 거칠었고,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정체성이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의 방향만큼은 또렷했습니다. 국산 RPG가 SRPG 중심으로 굳어가던 시절, 키보드 액션과 패턴 학습을 앞세운 액션 RPG를 만들겠다는 결정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코룸 3편을 클리어하고 나서 한동안 다른 게임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슈리아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아 있기도 했고, 손가락에 밴 히트 앤 런의 리듬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혹시 한 번도 코룸을 경험해 본 적 없다면, 3편만이라도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이 게임만의 전투 감각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