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그때 1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이렇게 소중한 물건인 줄 몰랐습니다. 마을버스 요금을 아끼고, 분식집 슬러쉬를 참아가며 모은 그 동전이 결국 어디로 향했냐면, 학교 앞 문방구 오락기 앞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웃기기도 하고 그립기도 합니다.땀 흘리고 추위 떨며 했던 그 게임 한 판직접 겪어보니 문방구 오락기는 정말 열악한 환경 그 자체였습니다. 야외에 그대로 놓여 있다 보니 여름엔 땡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조이스틱을 잡았고, 겨울엔 손가락이 곱아 버튼 누르는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추웠습니다.특히 제가 가장 애를 먹었던 건 태양 반사 문제였습니다. 아케이드 캐비닛(arcade cabinet)이란 게임 기판과 모니터, 조작부가 일체형으로 들어간 전용 게..
학교 끝나고 가방 질질 끌며 문방구 앞에 멈춰 섰던 기억,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동전 하나를 쥐고 어떤 기기를 먼저 차지할지 눈치 싸움이 시작되던 그 오락실 풍경. 저도 그 안에서 매일 야구왕 앞에 줄을 서던 아이 중 하나였습니다. 1993년 아이렘(Irem)이 출시한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그리고 그 게임이 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컵떡볶이 참아가며 모은 100원으로 끝판까지 깼던 벨트스크롤의 정석혹시 오락실에서 기다려본 적 있으신가요? 스트리트파이터나 철권 앞에 줄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저는 닌자베이스볼 배트맨 앞에서도 꽤 오래 기다린 기억이 납니다. 먼저 온 아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은근히 길었거든요.이 게임의 정식 제목은 닌자베이스볼 배트맨(Ni..
귀여운 그래픽만 보고 쉬운 게임이라 생각했다가 스테이지 2에서 막혀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빨간 모자 아저씨가 뛰는 게 뭐가 어렵겠나 싶었는데, 멈추려는 곳에서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 미끄러지듯 부들부들한 조작감이 오히려 중독의 시작이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왜 40년 가까이 갓겜으로 불리는지, 직접 플레이해보며 느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화투 회사가 어떻게 게임 역사를 만들었나닌텐도가 원래 화투 제조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1889년 창업 당시 닌텐도는 화투 패 제작으로 시작했고, 1951년에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재질의 트럼프를 생산해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 기세를 이어 1959년에는 디즈니 라이선스를 붙인 트럼프로 다시 한번 흥행에 성공했습니다.문제..
어렸을때 CD가 기스투성이가 될 때까지 돌리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그 게임은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이었습니다. 1996년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내놓은 이 실시간 전략 게임은 전작을 모르던 사람도 이름만큼은 알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그 이유가 단순한 마케팅 덕분이 아니라는 걸 다시 직접 플레이해 보니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히틀러가 사라진 세계, 대체 역사가 만들어낸 무대레드얼럿은 원래 전작인 커맨드앤컨커의 프리퀄로 기획된 타이틀이었습니다. 웨스트우드가 전작 엔딩에 후속작 타이베리안 선의 티저를 수록했는데, 팬들의 기대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 공백을 메울 외전 작품으로 레드얼럿이 탄생하게 됩니다.그런데 이 게임이 그냥 평범한 2차 세계대전 배경이 아닌 대체 역사(Alternativ..
2026년 8월 13일, 크레이지아케이드가 25년의 서비스를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모르게 잠깐 멈칫했습니다. 몰랐던 건 아닌데, 막상 날짜가 찍히니 묘하게 허전하더군요.붐힐마을이 25년 만에 문 닫는 이유크레이지아케이드는 2001년 넥슨이 출시한 캐주얼 멀티플레이 게임입니다. 한 화면 안에서 물풍선을 던져 상대를 가두고 터트리는 방식으로, PC방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그야말로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습니다.저는 초등학교 시절까지 이 게임을 꽤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컴퓨터 한 대를 동생들과 차지하려고 매일같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크레이지아케이드가 2PC 동시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걸 알고 나서야 겨우 평화가 찾아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결국엔 ..
플로피 디스크 네 장. 그게 전부였습니다. 1.44MB짜리 디스크 네 장 안에 바다와 대륙, 무역과 전쟁이 모두 들어 있었고, 저는 그 안에서 세계 지리를 통째로 외웠습니다. 공부는 못해도 사회과부도는 항상 옆에 두고 살았던 그 시절, 대항해시대 2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이야기입니다.세계지리가 머릿속에 박힌 이유, 항해 시스템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지리 공부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요.대항해시대 2는 1993년 코에이(KOEI)가 개발해 일본에서 출시했고, 국내에는 1995년 한글 도스판으로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 네 장, 용량으로 따지면 총 5.76MB에 불과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란 자성 필름이 입혀진 얇은 원판을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