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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그래픽만 보고 쉬운 게임이라 생각했다가 스테이지 2에서 막혀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빨간 모자 아저씨가 뛰는 게 뭐가 어렵겠나 싶었는데, 멈추려는 곳에서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 미끄러지듯 부들부들한 조작감이 오히려 중독의 시작이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왜 40년 가까이 갓겜으로 불리는지, 직접 플레이해보며 느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화투 회사가 어떻게 게임 역사를 만들었나

    닌텐도가 원래 화투 제조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1889년 창업 당시 닌텐도는 화투 패 제작으로 시작했고, 1951년에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재질의 트럼프를 생산해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 기세를 이어 1959년에는 디즈니 라이선스를 붙인 트럼프로 다시 한번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당시 사장이었던 야마우치 히로시가 세계 최대 카드 제조 회사를 직접 방문한 뒤, 닌텐도가 얼마나 작은 회사인지를 체감하고 사업 확장을 시도하게 됩니다. 택시, 러브호텔, 유모차, 인스턴트 라이스까지 손을 뻗었지만 결과는 처참했고, 파산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그때 야마우치 사장이 꺼낸 말이 "초심으로 돌아가자"였습니다. 닌텐도의 초심은 즐거움이었고, 그 방향이 결국 게임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게임 개발에 뛰어들면서 닌텐도가 주목한 것이 IP(Intellectual Property), 즉 독창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지식재산권이었습니다. IP란 캐릭터, 스토리, 게임 시스템처럼 반복 활용이 가능한 창작물의 권리를 의미합니다. 슈퍼 마리오가 단순한 게임 하나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프랜차이즈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근거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만든 미야모토 시게루가 닌텐도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레이다 스코프라는 악성 재고 게임기 처리 문제였습니다. 사내 공모전을 통해 그가 제출한 기획이 채택되었고, 처음엔 뽀빠이를 소재로 쓰려 했으나 저작권 협상이 결렬되면서 영화 킹콩을 모티브로 한 동키콩이 탄생했습니다. 이 게임이 연 매출 1억 달러짜리 게임으로 성장하면서 닌텐도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됩니다. 마리오라는 이름도 당시 닌텐도 미국 지사의 임대료를 받으러 쳐들어온 건물주 마리오 시갈리에서 따왔다는 일화는 지금 봐도 웃음이 나옵니다.

    닌텐도의 IP 전략이 얼마나 치밀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가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일본 내에서만 681만 개, 전 세계적으로는 4,023만 개가 판매되었습니다(출처: 닌텐도 공식 IR 자료). 단일 타이틀이 이 숫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한 게임 인기가 아니라 브랜드 자산의 축적이었습니다.

    닌텐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889년: 화투 제조사로 창업
    • 1951년: 세계 최초 플라스틱 트럼프 출시, 대히트
    • 1960년대: 파산 위기 후 아동용 완구 사업으로 재편
    • 1981년: 동키콩 출시, 연 매출 1억 달러 돌파
    • 1985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출시, 전 세계 4,023만 개 판매

    왜 멈출 수가 없었는가, 조작감과 게임 설계의 비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1985년 9월 13일에 출시되었습니다. 저도 처음 플레이했을 때 캐릭터가 원하는 위치에서 딱 멈추지 않는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관성(inertia)이 적용된 움직임 때문인데, 여기서 관성이란 캐릭터가 이동을 멈춰도 일정 거리만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물리 특성을 말합니다.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 조작감이, 정확히 장착물을 밟는 타이밍을 맞추거나 낭떠러지 직전에 멈추는 감각을 익히면서 점점 쾌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테이지 2에서 한참 막혔는데,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간을 외우게 됩니다. 이 설계 방식을 게임 디자인 용어로 스캐폴딩(scaffolding)이라고 합니다. 스캐폴딩이란 초보자가 점진적으로 난이도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단계적 학습 설계를 뜻하는데, 슈퍼 마리오는 이 구조를 아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어려운 게 아니라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클리어하지 못한 스테이지를 드디어 넘겼을 때의 그 쾌감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물음표 박스 하나의 설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생겨서 꼭 주먹으로 쳐보게 됩니다. 버섯을 먹으면 캐릭터가 커지고 벽돌을 부술 수 있게 되고, 꽃을 먹으면 파이어볼을 쏘게 되고, 별을 먹으면 무적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아이템 하나로 외관과 능력이 바뀌는 파워업(power-up) 시스템은 이후 수십 년간 플랫폼 게임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갓겜으로 불리는 핵심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성 기반의 조작감으로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는 플레이 경험
    • 물음표 박스와 숨겨진 루트로 탐색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레벨 설계
    • 버섯, 파이어 플라워, 별 등 파워업 시스템의 명확한 시각적 피드백
    • 총 소스코드 32kb, 그래픽 8kb라는 작은 용량 대비 꽉 찬 스테이지 구성
    • 효과음과 BGM의 중독성 (지금도 유튜브 효과음으로 쓰일 만큼)

    참고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일본 내에서만 681만 개, 전 세계적으로는 4,023만 개가 판매되었습니다. 이 수치는 패미컴 소프트웨어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이었습니다(출처: 닌텐도 공식).

    마리오가 카트를 타고 올림픽까지 간 이유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닌텐도는 단순한 플랫폼 게임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합니다. 1992년 출시된 슈퍼 마리오 카트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마리오 카트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14편이 출시되었으며, 마리오 카트 Wii는 3,713만 장,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2,296만 장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마리오 카트 8은 2014년 Wii U로 처음 출시되었을 때 720p 해상도로 구동되었는데, 2017년 닌텐도 스위치 이식 버전인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에서는 1080p 프로그레시브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여기서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scan)란 화면의 모든 라인을 한 번에 순서대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기존 인터레이스 방식보다 화면 떨림이 없고 선명도가 높습니다. 메타크리틱 기준 88점을 받은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 편곡 BGM과 HD 그래픽으로 시리즈 사상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출처: Metacritic).

    2017년 출시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기존 마리오는 오른쪽으로 달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오디세이는 샌드박스(sandbox) 방식의 탐색형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샌드박스란 정해진 목표 없이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플레이어가 스스로 콘텐츠를 발견하는 게임 구조를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의 변화는 단순히 어렵고 쉬운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메타크리틱 97점을 기록한 이 작품은 1,741만 장 이상 판매되며 시리즈 역대 최고 명작으로 꼽힙니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또 다른 방향에서 흥미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마리오 스테이지를 만들고 공유하는 이 게임은 2020년 3월 기준 548만 장이 팔리며, 전작의 401만 장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존 시리즈의 레트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창작의 재미를 더한 구성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붙잡게 만들었습니다.

    35년이 넘은 게임 시리즈가 아직도 새 작품을 낼 때마다 화제가 되는 건, 닌텐도가 처음부터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각을 설계의 중심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퍼 마리오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원작이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귀여운 그래픽 뒤에 얼마나 정교한 설계가 숨어 있는지, 직접 느껴보시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vDRMcF-SKk&list=PLj8VxR4OF6wWptI9d_HlgeX_KkOjqWGqE&inde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