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형 집에서 처음 봤을 때 눈을 의심했습니다. 분명 전략 시뮬레이션인데, 유닛들이 전부 3D로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1997년, 스타크래프트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던 그 시절에 말입니다.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은 그렇게 저한테 처음 찾아왔습니다.개발사 Cavedog, 아동용 게임 회사에서 나온 전설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을 만든 Cavedog Entertainment는 1995년에 설립된 스튜디오입니다. 모회사인 Humongous Entertainment가 어린이 교육용 게임을 만들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처음엔 살짝 의아한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나중에 이 배경을 알았을 때 한동안 믿기지 않았습니다.Humongous Entertainment의 대표작은 국내에서도 제법 알려진 프레디 피시(Fred..
솔직히 저는 처음에 코룸을 디아블로 아류작쯤으로 얕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키보드에 손을 얹고 첫 번째 적을 만난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클릭으로 쓸어담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적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싸워야 하는, 결이 전혀 다른 국산 액션 RPG였죠.디아블로와 다른 길을 택한 난이도의 이유코룸을 처음 켰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거 왜 이렇게 어렵지?"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플레이했던 디아블로는 마우스로 클릭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쫓아가 때렸습니다. 타겟팅(targeting) 방식, 즉 적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접근해 공격이 이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에 조작 자체가 전면에 튀어나오는 경우는 드물었죠.반면 코룸은 키보드 중심의 히트 앤 런(hit and run) 전투를 기본으로 삼았습니..
도쿄야화 2는 출시 당시 일본 배경 때문에 외국 게임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1998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순수 국산 쿼터뷰 액션 게임입니다. 쿼터뷰란 화면을 45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 방식으로, 당시 국내 PC 패키지 시장에서 이 방식으로 이만한 액션감을 구현한 타이틀은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일본 게임인 줄 알았는데, 한국 게임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모르게 더 뿌듯하게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검열이 만든 게임, 질풍고교야화의 숨겨진 개발비화도쿄야화 2의 원래 이름은 질풍고교야화였습니다. 1998년 기획 단계에서 이 게임은 한국 땅을 배경으로 거친 고등학생들의 패싸움을 다루는 학원 액션물로 설계되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꽤 직관적인 제목인데, 당시 개발팀 ..
국산 RPG의 시작을 한 학생 팀이 만들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1994년, 인천의 컴퓨터 가게 뒷방에서 고등학생들이 만든 게임이 약 10만 장 넘게 팔리며 국내 패키지 게임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저도 처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접했을 때는 그냥 옛날 게임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서 이게 왜 아직도 회자되는지 바로 알았습니다.학생들이 만든 게임이 국민 RPG가 된 이유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명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래도 30년 전 게임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게임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스토리도 얕고 캐릭터도 단순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직접 플레이해보고 그 편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이 게임은 고등학생 몇 명이 톨킨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
어렸을때 CD가 기스투성이가 될 때까지 돌리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그 게임은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이었습니다. 1996년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내놓은 이 실시간 전략 게임은 전작을 모르던 사람도 이름만큼은 알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그 이유가 단순한 마케팅 덕분이 아니라는 걸 다시 직접 플레이해 보니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히틀러가 사라진 세계, 대체 역사가 만들어낸 무대레드얼럿은 원래 전작인 커맨드앤컨커의 프리퀄로 기획된 타이틀이었습니다. 웨스트우드가 전작 엔딩에 후속작 타이베리안 선의 티저를 수록했는데, 팬들의 기대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 공백을 메울 외전 작품으로 레드얼럿이 탄생하게 됩니다.그런데 이 게임이 그냥 평범한 2차 세계대전 배경이 아닌 대체 역사(Alternativ..
플로피 디스크 네 장. 그게 전부였습니다. 1.44MB짜리 디스크 네 장 안에 바다와 대륙, 무역과 전쟁이 모두 들어 있었고, 저는 그 안에서 세계 지리를 통째로 외웠습니다. 공부는 못해도 사회과부도는 항상 옆에 두고 살았던 그 시절, 대항해시대 2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이야기입니다.세계지리가 머릿속에 박힌 이유, 항해 시스템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지리 공부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요.대항해시대 2는 1993년 코에이(KOEI)가 개발해 일본에서 출시했고, 국내에는 1995년 한글 도스판으로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 네 장, 용량으로 따지면 총 5.76MB에 불과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란 자성 필름이 입혀진 얇은 원판을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