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매직스테이션을 사면 번들로 딸려오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동화 같은 배경에 팔다리 없는 귀여운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레이맨이었는데, 저도 처음엔 쉬운 어린이용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착각이었는지는, 두 번째 월드에 발을 들이는 순간 깨닫게 됩니다.미쉘 앙셀, 17세에 유비소프트 문을 두드리다레이맨을 이야기하려면 이 게임을 만든 사람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미쉘 앙셀은 모나코 출신의 프랑스인으로,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혀 10대 시절부터 직접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그가 유비소프트의 문을 두드린 건 고작 17세 때였습니다.직함은 그래픽 디자이너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그래픽 작업은 물론이고 프로그래밍, 심지어 음악까지 혼자 소화할 정도였으니, 당시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인재..
오락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디선가 들려오던 그 소리, 기억하시나요? "싱가!"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화면 속 선수들이 나자빠지던 장면. 저는 그 광경을 처음 봤을 때 축구 게임이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1985년 첫 출시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오락실을 평정했던 테크모 월드컵 시리즈, 그 찬란했던 전성기와 한 번의 선택으로 무너진 결말을 직접 플레이했던 기억과 함께 풀어봅니다.황금기: 트랙볼 하나로 오락실을 뒤집다1985년 11월 일본 오락실에 처음 등장한 테크모 월드컵은 당시 기준으로 꽤 파격적인 방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조이스틱 대신 트랙볼(Trackball)을 조작 장치로 채택한 건데요. 트랙볼이란 커다란 구슬 모양의 광학식 입력 장치로, 마우스 밑에 있던 볼을 위로 꺼내놓은 형태라고 보시면..
도쿄야화 2는 출시 당시 일본 배경 때문에 외국 게임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1998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순수 국산 쿼터뷰 액션 게임입니다. 쿼터뷰란 화면을 45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 방식으로, 당시 국내 PC 패키지 시장에서 이 방식으로 이만한 액션감을 구현한 타이틀은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일본 게임인 줄 알았는데, 한국 게임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모르게 더 뿌듯하게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검열이 만든 게임, 질풍고교야화의 숨겨진 개발비화도쿄야화 2의 원래 이름은 질풍고교야화였습니다. 1998년 기획 단계에서 이 게임은 한국 땅을 배경으로 거친 고등학생들의 패싸움을 다루는 학원 액션물로 설계되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꽤 직관적인 제목인데, 당시 개발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시 PC방에 처음 들어가면 담배 연기, 리니지 소리,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시커먼 화면에 피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임 하나. 그게 디아블로 2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친구 손에 이끌려 앉은 그날 이후로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았습니다.핵앤슬래쉬 장르의 출발점, 손맛과 타격감일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 RPG는 수치 싸움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제 경험상 디아블로 2는 그 공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앤슬래쉬(Hack and Slash)란 캐릭터가 적을 직접 베고 쓸어버리는 액션 중심의 롤플레잉 장르를 의미합니다. 적을 한 화면에 수십 마리 모아놓고 스킬 한 방으로 쓸어버리는 그 쾌감이 이 장르의 본질입니다.처음에는 낡은 칼 하나 들고 ..
2026년 8월 13일, 크레이지아케이드가 25년의 서비스를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모르게 잠깐 멈칫했습니다. 몰랐던 건 아닌데, 막상 날짜가 찍히니 묘하게 허전하더군요.붐힐마을이 25년 만에 문 닫는 이유크레이지아케이드는 2001년 넥슨이 출시한 캐주얼 멀티플레이 게임입니다. 한 화면 안에서 물풍선을 던져 상대를 가두고 터트리는 방식으로, PC방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그야말로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습니다.저는 초등학교 시절까지 이 게임을 꽤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컴퓨터 한 대를 동생들과 차지하려고 매일같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크레이지아케이드가 2PC 동시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걸 알고 나서야 겨우 평화가 찾아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결국엔 ..
게임을 잘 몰라도 위닝일레븐만큼은 안다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저도 그 시절 플스방에서 친구들과 울고 웃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단순한 축구 게임이 어떻게 한 세대의 공통 기억이 됐는지,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손맛이라는 말, 위닝이 아니면 설명 안 됩니다축구 게임을 골 넣는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위닝일레븐을 처음 접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위닝일레븐이 다른 게임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건 볼 피지컬(Ball Physics) 구현 방식이었습니다. 볼 피지컬이란 공이 선수 발에 닿았을 때 무게감, 바운드, 회전이 물리 법칙에 따라 계산되어 표현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공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당시 양대 산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