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손노리가 내놓은 포가튼 사가는 시작부터 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도둑맞은 아이템, 끝없이 뜨는 미스 판정, 그리고 어디서도 구할 수 없던 공략. 버그로 유명한 게임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제가 먼저 무너진 건 버그가 아니라 초반 난이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초반 난이도 — 시작부터 모든 걸 빼앗기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게임을 켜고 얼마 되지 않아 시나리오 흐름에 따라 파티 전체가 도둑을 당합니다. 아이템이 통째로 사라지는 거죠. 처음엔 버그인 줄 알았습니다. 이게 의도된 연출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으니까요.아이템도 없고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필드에 나가면 잡몹조차 잡기가 힘듭니다. 당시 포가튼 사가의 전투 시스템은 회피율(Evasion ..
국산 RPG의 시작을 한 학생 팀이 만들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1994년, 인천의 컴퓨터 가게 뒷방에서 고등학생들이 만든 게임이 약 10만 장 넘게 팔리며 국내 패키지 게임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저도 처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접했을 때는 그냥 옛날 게임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서 이게 왜 아직도 회자되는지 바로 알았습니다.학생들이 만든 게임이 국민 RPG가 된 이유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명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래도 30년 전 게임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게임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스토리도 얕고 캐릭터도 단순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직접 플레이해보고 그 편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이 게임은 고등학생 몇 명이 톨킨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