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시 PC방에 처음 들어가면 담배 연기, 리니지 소리,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시커먼 화면에 피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임 하나. 그게 디아블로 2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친구 손에 이끌려 앉은 그날 이후로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았습니다.핵앤슬래쉬 장르의 출발점, 손맛과 타격감일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 RPG는 수치 싸움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제 경험상 디아블로 2는 그 공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앤슬래쉬(Hack and Slash)란 캐릭터가 적을 직접 베고 쓸어버리는 액션 중심의 롤플레잉 장르를 의미합니다. 적을 한 화면에 수십 마리 모아놓고 스킬 한 방으로 쓸어버리는 그 쾌감이 이 장르의 본질입니다.처음에는 낡은 칼 하나 들고 ..
디아블로 2에 밀려 망한 게임이라고요? 제가 지금 까지도 녹스를 플레이 하는 사람으로서, 그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흥행은 실패했지만 게임 자체는 실패가 아니었거든요. 2000년 출시된 녹스는 지금도 카페에서 팬들이 모여 활동할 만큼, 한 번 빠진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하는 게임입니다.디아블로 2 예열에 묻힌 흥행 실패의 진짜 이유일반적으로 녹스가 실패한 이유를 디아블로 2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 경험상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당시 시장 구조를 보면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가 나옵니다.녹스는 2000년 1월 31일 출시되었고, 디아블로 2는 그해 6월에 나왔습니다. 무려 5개월을 먼저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점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죠. 당시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