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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먹에 꽉 쥐고 오락실을 기웃거리다 보면, 화면 가득 에일리언이 튀어나오는 장면에 발이 저절로 멈추게 됩니다. 1994년 캡콤이 20세기 폭스사와 손잡고 만든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입니다. 저도 그 시절 그 자리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직접 플레이한 경험과 지금도 유효한 게임 분석을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오락실에서 내 100원이 사라지던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벨트스크롤(Belt-scroll) 장르, 그러니까 캐릭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몰려오는 적을 쓸어내는 방식의 게임에서 총기류 무기가 이렇게 많이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파이널 파이트나 더블 드래곤처럼 주먹과 발이 주력인 여타 벨트스크롤 게임과 달리,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는 펄스건·화염방사기·수류탄·디스크 같은 무기를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여기서 펄스건이란 에일리언 2편에 처음 등장한 SF 설정의 자동소총으로, 99발이 장전되며 연사 속도가 높아 대규모 적 처리에 탁월한 성능을 보입니다.
제가 처음 이 게임을 접한 건 앞에서 플레이하던 사람 뒤에 줄을 서면서였습니다. 화면 속 캐릭터가 에일리언을 공중으로 띄워 잡아 내리꽂는 장면을 보고 저도 모르게 "저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막상 조이스틱을 잡으니 3스테이지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4스테이지 진입과 동시에 주머니 속 100원이 죄다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캡콤의 벨트스크롤 게임이 코인을 빨아들이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이 게임은 1994년 5월 23일 오락실 가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8월 킹 오브 파이터즈 94가 등장하기 전까지 오락실 최전선을 지킨 타이틀이었습니다(출처: Capcom 공식).
게임의 난이도 설계가 특히 교묘합니다. 1~2스테이지는 입문자도 어느 정도 진행이 되도록 열어두고, 3스테이지를 넘어서는 순간 보스의 스피드와 공격 범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두 번째 스테이지 보스가 X·Y축으로 넓은 공격 범위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 만나면 회피 자체가 버겁습니다. 적의 체력바 옆에 이름이 표시되는 캡콤 특유의 UI 덕분에 어떤 에일리언과 싸우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아는 것과 피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죠.
- 1994년 5월 23일 오락실 첫 가동, 20세기 폭스사 라이선스 기반 제작
- 총기류·투척 무기 중심 전투 구조로 기존 벨트스크롤과 차별화
- 3스테이지 이후 난이도 급상승 → 코인 소모 유도 설계
- 적 체력바와 이름 동시 표시하는 캡콤 고유 UI 적용
린 쿠로사와, 왜 결국 모두가 이 캐릭터를 골랐나
저는 이 게임에서 린 쿠로사와를 주로 플레이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3인 플레이에서 프레데터 두 자리가 먼저 채워졌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엔 제가 먼저 린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공중잡기(에어리얼 그랩), 즉 공중에서 적을 낚아채 내리치는 기술이 린에게만 유일하게 있고, 이걸 능숙하게 쓰면 보스전 진행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처음엔 화면만 봐도 화려해 보이는 프레데터가 강한 줄 알았는데, 실제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폭은 린이 훨씬 넓었습니다.
린 쿠로사와는 외견상 인간 여성으로 보이지만 실제 설정은 사이보그입니다. 캡콤이 파이널 파이트 이후 여성 캐릭터 묘사에 신중해진 배경이 있어서, 린은 사이보그라는 설정으로 전투력에 대한 서사적 근거를 갖춘 캐릭터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이보그란 생물학적 신체에 기계 장치를 결합한 존재로, 인간의 감각과 기계의 내구성을 동시에 갖추는 SF 설정입니다. 덕분에 공격 리치가 짧고 파워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수가 가장 많은 캐릭터가 됐고, 이걸 손에 익히면 플레이하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눈이 즐거운 게임이 됩니다.
또 하나 린 플레이의 핵심은 리로드 단축 스킬입니다. 일반적으로 총기 재장전(리로드)에 약 2초가 걸리는데, 공중 동작 중에 리로드를 처리하면 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스킬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게임 흐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반대로 깜빡하고 땅에서 리로드를 기다리다 에일리언한테 맞는 순간, 에너지가 반 가까이 사라지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린이 오락실 후반 선택률이 높아진 건 이 리로드 스킬과 공중잡기가 알려지면서부터였습니다. 화려함과 효율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린 쿠로사와는 20세기 폭스사와의 라이선스 제약으로 캡콤의 다른 게임에 등장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단 한 번 예외가 있는데, 스트리트 파이터 알파 2의 켄 스테이지 배경에 잠깐 얼굴이 비치는 것이 전부입니다(출처: Street Fighter 공식).
벨트스크롤 장르의 정점, 그리고 한 가지 아쉬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를 지금 다시 플레이하면서도 여전히 감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994년이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이 게임의 액션 밀도는 당시 벨트스크롤 장르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대성공으로 자본 여유가 생긴 캡콤이 할리우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기에 가능했던 퀄리티입니다. 여기서 IP란 영화·캐릭터·세계관처럼 상업적 권리가 부여된 창작 자산을 뜻하며,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모두 20세기 폭스사가 보유한 대형 IP입니다. 캡콤이 이 두 IP를 동시에 라이선스 받아 하나의 게임에 녹인 건 당시 기준으로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습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에일리언의 종류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스토커·워리어·아라크노이드·체스트버스터·페이스허거·에일리언 퀸까지 각기 다른 명칭과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스트버스터란 숙주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유충 형태의 에일리언으로, 영화 팬들이 붙인 별칭입니다. 페이스허거는 얼굴에 달라붙어 숙주 체내에 체스트버스터를 삽입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 1편에서는 헬멧 위로도 뚫고 들어갈 만큼 집요한 생명체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이름은 다 달라도 게임 내에서 실제로 상대할 때의 감각은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색상과 실루엣이 조금씩 다를 뿐, "다른 에일리언"이라는 느낌이 뚜렷하게 오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이 게임의 유일하고도 명확한 약점입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적의 다양성이 체감되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반복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보스 캐릭터들은 크리살리스·로얄 가드·파워로더·에일리언 퀸처럼 개성이 있지만, 중간 잡몹들의 차별성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무기 시스템과 캐릭터별 기술 차이가 이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합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총기류와 스페셜 무기 탄약이 초기화되는 구조 덕분에 매 스테이지마다 무기 활용 전략을 새로 짜게 되고, 그 덕분에 긴 플레이 시간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벨트스크롤 명작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오락실판은 몇 명까지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나요?
A. 최대 3인 동시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선택 가능한 캐릭터는 린 쿠로사와, 프레데터(두 종류), 더치 4인이며, 3인 플레이 시 각자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구성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오락실에서는 프레데터 두 자리가 먼저 채워지는 경우가 많아 린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Q. 린 쿠로사와 리로드 단축 스킬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A. 총기 재장전 중 공중 동작을 취하면 리로드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지상에서 리로드를 기다리면 약 2초가 소요되지만, 공중 잡기 등의 동작을 섞으면 그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린을 주력으로 쓴다면 이 스킬은 사실상 필수 습득 항목입니다.
Q.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한 게임에 등장하는 건 이 게임이 최초인가요?
A. 이 게임이 1994년에 나왔고,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영화는 2004년에 처음 개봉했습니다. 즉 게임이 영화보다 무려 10년 앞서 이 조합을 구현한 셈입니다. 에일리언 1편은 1979년, 프레데터 1편은 1987년에 각각 개봉한 별개의 프랜차이즈였으며, 두 IP를 하나로 합친 건 당시 기준으로 매우 파격적인 기획이었습니다.
Q.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인가요?
A.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합니다. 스테이지별 보스 패턴 숙지, 리로드 단축 스킬 활용, 무기 탄약 관리를 모두 갖춰야 현실적인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일반 플레이어 기준으로는 3~4스테이지 이후 코인을 추가 소모하는 구간이 거의 반드시 발생합니다.
결론
지금 돌아봐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는 벨트스크롤 장르에서 손꼽히는 완성도를 가진 게임입니다. 총기 중심의 전투 설계, 캐릭터별로 뚜렷하게 다른 기술 체계, 스테이지마다 탄약이 초기화되는 무기 관리 구조까지, 단순히 때리고 전진하는 장르의 공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설계였습니다. 제가 직접 수백 원을 쏟아부으며 스테이지를 버텨온 경험에서 보면, 코인을 계속 쓰게 만드는 게임이 꼭 나쁜 게임이 아니라는 걸 이 타이틀이 증명했다고 봅니다.
잡몹 에일리언 간의 체감 차이가 부족한 건 아쉽지만, 그것만으로 이 게임의 가치가 흐려지지는 않습니다. 오락실에서 처음 접한 뒤 린 쿠로사와의 공중잡기를 익히고, 리로드 타이밍을 맞추고, 보스 패턴을 외워가던 그 과정 자체가 이 게임의 진짜 재미였습니다. 지금도 벨트스크롤 명작을 묻는다면 이 게임은 빠지지 않을 것이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