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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메가드라이브가 없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으면 항상 친구네 집 초인종을 눌러야 했죠. 그래도 그 집 앞에서 설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베어너클이었습니다. 가정용 벨트스크롤 액션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 시리즈,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타격감으로 시작된 첫인상, 베어너클 1편
1991년 메가드라이브로 출시된 베어너클 1편은 벨트스크롤 액션(belt-scroll action), 즉 캐릭터가 좌우로 이동하며 등장하는 적들을 연속으로 격파하는 장르의 가정용 게임입니다. 당시 이 장르는 오락실에서 캡콤의 파이널 파이트가 장악하고 있었는데, 가정용 시장에서는 그에 필적할 만한 게임이 드물었습니다.
베어너클 1편이 파이널 파이트의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류작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표현이 조금 아쉽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파이널 파이트에서는 찾기 어려운 요소들이 꽤 있었거든요. 적을 잡았을 때 정면과 후방 판정을 구분해서 공격 방향을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그랩 포지셔닝(grab positioning), 쉽게 말해 잡기 후 어느 방향으로 마무리할지 게이머가 직접 고르는 방식은 당시로선 꽤 참신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플레이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경찰차 지원 공격이었습니다. 화면 밖에서 경찰차가 나타나 로켓포를 발사하는 연출은 다른 벨트스크롤 게임에서 본 적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지원 공격이 횟수 제한이 있는데도 2인 플레이 중 한 명이 아무 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면 그냥 써버린다는 거였죠. 보스 전 아끼던 지원 공격을 친구가 중간에 날려버렸을 때 그 분위기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용량 3메가라는 제약 때문에 캐릭터 크기도 작고 프레임도 풍부하지 않았지만, 코시로 유조가 작곡한 OST는 게임과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따로 들으면 액션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인데, 게임 속에서 들으면 긴장감이 살아난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 그랩 포지셔닝: 적을 잡은 뒤 정면·후방 판정을 구분해 공격 방향을 선택하는 시스템
- 경찰차 지원 공격: 슈팅 게임의 폭탄 개념을 벨트스크롤에 도입한 차별화 요소
- 코시로 유조 OST: 장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게임 속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음악
벨트스크롤 역사상 최고의 타격감, 베어너클 2편
베어너클 2편은 16메가 대용량을 바탕으로 전편과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캐릭터가 눈에 띄게 커졌고,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아, 이건 급이 다르다"는 감각이었습니다. 화면을 꽉 채우는 캐릭터 크기와 들어맞는 타격 이펙트(hit effect), 즉 공격이 명중했을 때 터지는 시각적 효과가 손에 전해지는 느낌처럼 살아있었습니다.
2편에서 드디어 캐릭터별 커맨드 필살기가 생겼습니다. 커맨드 필살기란 특정 버튼 조합을 입력해 발동하는 강력한 고유 기술로, 대전 격투 게임에서 익숙한 개념이죠. 이 시스템이 벨트스크롤에 도입되면서 1편에서 지원 공격 버튼을 놓고 싸우던 일이 사라졌습니다. 각자 자기 필살기를 쓰면 되니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벨트스크롤에서 이렇게 격투 게임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을 줄 몰랐거든요.
베어너클 2가 시리즈 최고작이라는 의견이 많은 건 단순히 그래픽 때문만은 아닙니다. 메가 크래시(Mega Crash)라는 시스템도 두 종류로 세분화됐는데, 여기서 메가 크래시란 체력을 일부 소모하는 대신 주변 적 전체를 날려버리는 긴급 회피 기술입니다. 2편에서는 이걸 위기 탈출용과 고데미지 공격용으로 나눠서 전략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적들도 대공기를 쓰거나 특정 거리를 유지하다 기습하는 패턴을 갖고 있어서 단순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베어너클 2에 대한 평가를 보면 "벨트스크롤 장르 전체에서 타격감 최고"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저는 이 평가가 과장이 아니라고 봅니다. 출처: SEGA 공식에서도 베어너클 시리즈를 메가드라이브 대표 타이틀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2편이 있습니다. 블레이즈라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더 화려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당시로선 꽤 파격적인 설계였습니다.
명작논쟁의 중심, 베어너클 3편은 퇴보인가 진화인가
1994년 출시된 베어너클 3편은 24메가 대용량에 분기 시나리오, 멀티 엔딩, 캐릭터 성장 요소까지 도입하면서 시리즈를 한 단계 넓혔습니다. 3버튼 패드를 적극 활용해 무기 전용 메가 크래시도 생겼고, Y축 구르기와 전 캐릭터 대시 같은 이동 옵션도 추가됐습니다. 시스템만 보면 2편보다 분명히 발전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막상 플레이하면 뭔가 허전합니다. 3편이 전편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이유가 타격 효과음과 이펙트의 간소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2편에서 손에 찌릿하게 전해지던 그 타격감이 3편에서는 조금 물러진 느낌이거든요. 공격력 자체도 약해져서 적 하나 처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그게 쌓이면 게임 전체 템포가 늘어집니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이지가 충전돼 메가 크래시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게이지가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득이다 보니 플레이어가 스스로 템포를 늦추는 상황이 생깁니다. 콤보를 성공시켜야 게이지가 차는 구조였다면 더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플레이가 됐을 텐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한국에서 유통된 삼성판 베어너클 3는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제목은 베어너클 3였지만 내용물은 북미판 스트리트 오브 레이지 3(Streets of Rage 3)였습니다. 북미판은 일본 원판보다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고, 여성 캐릭터 의상이 이상하게 수정되는 등 완성도 면에서 원판에 비해 아쉬운 버전이었죠. 덕분에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3편의 평가는 일본보다 더 낮게 형성됐습니다. 출처: Steam 베어너클 4 페이지에서도 시리즈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긍정적 변화: 분기 시나리오·멀티 엔딩, 캐릭터 성장 요소, Y축 구르기, 무기 전용 메가 크래시 도입
- 부정적 평가: 타격 효과음·이펙트 간소화, 공격력 하향, 자동 게이지 충전으로 인한 템포 저하
- 한국판 특이사항: 삼성 유통판이 북미판 기준이라 원판보다 난이도가 높고 일부 내용이 수정됨
26년의 공백을 넘어, 베어너클 4의 성과와 한계
베어너클 4가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을 때 솔직히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26년이라는 공백도 공백이지만, 벨트스크롤이라는 장르 자체가 현재 게이머들에게 통할지 의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나온 결과물을 보면 프랑스 개발사 리자드큐브와 가드 크러쉬 게임즈가 꽤 성실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4편에서 도입된 스타 무브(Star Move)는 특정 조건에서 발동하는 강력한 피니시 기술로, 공중 콤보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공중 콤보(aerial combo)란 적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연속 공격을 이어가는 방식인데, 이 개념이 벨트스크롤에 적용되면서 마치 격투 게임처럼 콤보를 설계하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메가 크래시 사용 후 체력 게이지가 붉게 표시되고, 그 상태에서 공격을 성공시키면 소모된 체력이 회복되는 리스크-리워드(risk-reward) 구조도 도입됐습니다. 여기서 리스크-리워드란 위험을 감수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게임 설계 원리를 말합니다. 이 덕분에 메가 크래시가 단순한 회피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 수단이자 콤보 레시피로 활용됩니다.
개인적으로 4편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레트로 캐릭터 시스템이었습니다. 1, 2, 3편의 캐릭터들이 메가드라이브 시절 도트 그래픽 그대로 등장하는데, 이 녀석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 묘하게 울컥합니다. 기술도 예전 것 그대로라 현재 게임과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오래된 팬에게는 선물 같은 보너스입니다.
흥행 성적은 150만 장 이상으로, 발매 전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수준을 훌쩍 넘었습니다. 3편 출시 후 약해진 시리즈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베어너클 4가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베어너클 5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4편에서 지적된 캐릭터 간 밸런스 문제, 특히 다인 플레이 시 강한 캐릭터로 쏠리는 현상은 5편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 스타 무브 + 공중 콤보: 격투 게임 감각을 벨트스크롤에 접목한 신규 전투 시스템
- 리스크-리워드 회복 구조: 메가 크래시 후 공격 성공 시 체력 회복, 공격 수단으로 재설계
- 레트로 캐릭터: 1~3편 도트 그래픽 캐릭터 그대로 등장, DLC 포함 약 20명 선택 가능
- 150만 장 이상 판매: 벨트스크롤 장르 부활 가능성을 증명한 상업적 성과
베어너클 시리즈는 저에게 친구 집 거실에서의 오후 같은 게임입니다. 가정용 게임기도 없던 제가 남의 집 소파에 앉아 둘이서 화면을 보며 웃고 싸우던 그 시간들이요. 지금도 벨트스크롤 장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베어너클인 건 그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편이 최고냐 3편이 낫냐는 논쟁은 아마 계속될 겁니다. 어느 편을 먼저 접했는지,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문제니까요. 그래도 베어너클 4가 새로운 세대와 옛 팬들 모두에게 통했다는 건, 이 시리즈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있는 게임이라는 증거입니다. 파이널 파이트 리메이크 소문도 기정사실이 됐으면 하고, 무엇보다 베어너클 5에서는 친구와 함께 플레이할 때의 밸런스가 더 정교하게 잡혀서 오래된 팬들을 다시 한번 거실로 불러모았으면 합니다.